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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의 누렁이에 얽힌 추억 :: 세상에 이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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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의 누렁이에 얽힌 추억 :: 세상에 이치

맘야 2014. 10.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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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정 날짜 : 2016. 01. 09. 토.



누렁이


출연 :

그 어릴 적 청년 - 이하 '청년'

그 청년의 가족들

누렁이


햇볕이 뜨겁던 여름이었다. 청년은 얼마 전에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신이 나서 한 손에는 사탕을 든 채로 논두렁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가족들은 저만치에서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로 열심히 밭의 풀을 뽑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제 키만 한 누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는,


"멍! 멍!"


하고 짖어댔다. 청년은 뒤를 돌아보고 머리가 서는 듯 놀랐다.


'헉. 저 녀석 왜 저렇게 무섭게 짖고 있는 거지? 도망가자!'


최고 속력으로 달렸다. 얼마나 갔을까?


'이 정도면 갔겠지?'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달리다가 뒤를 돌아봤다. 이럴 수가! 누렁이가 바로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이 녀석은 짖는 소리도 없이 청년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악~~~! 아아~~~! 엄마~~~!!!"


울음이 터졌다. 너무나 무서웠다.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그것이 바람에 날려 마르기를 몇 번 반복할 무렵 갑자기 앞쪽으로 미끄러지면서 고꾸라졌다. 땅바닥에 넘어진 청년은 아픈 것도 잊은 채로 확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멍! 멍!"


개는 여전히 짖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 짖더니 개가 슬그머니 뒤로 돌아서서 자기 집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청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바닥 때문에 청년의 얼굴과 옷, 새로 산 신발은 흙범벅이 되어버렸다. 무릎이 긁혀 피가 난 자국을 보면서 누렁이를 원망했다.


가족들이 있는 곳까지 절룩거리며 도착한 청년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얼굴부터 신발까지 온통 흙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훌쩍거리며 가족에게 화풀이했다. 


"개가 나 물려고 했단 말이야. 아프고 화나 죽겠는데 왜 웃어!!??"


가족들은 더 웃기만 할 뿐이었다. 청년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몸에 묻은 흙을 털면서 청년은 생각했다.


'왜 누렁이가 그냥 갔을까? 사람이 바닥에 엎드리면 그냥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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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누렁이는 오늘 태어나서 신기한 것을 처음 봤다. 어떤 꼬마 녀석이지 주먹만 한 것을 손에 들고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는 것이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친해지고 싶어서 먼저 말을 건넸다.


"안녕! 반갑다!"


꼬마가 돌아봤다. 꼬마는 눈이 커지면서 놀라는가 싶더니 뒤로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저 녀석 왜 도망가지? 내 목소리에 놀랐나?'


누렁이는 꼬마의 뒤를 조용히 쫓아갔다. 충분히 꼬마를 앞지를 수 있었지만, 꼬마가 놀랄까 봐 결코 앞을 막지는 않았다. 얼마가 지나자 꼬마는 뒤를 돌아보더니 악을 쓰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얼마나 더 갔을까?


꼬마는 바닥에 넘어져서는 나를 돌아보는 것이 매우 아프고 무서운 듯이 보였다. 누렁이는 꼬마가 아직도 손에 꼭 쥐고 있는 저 둥그렇고 알록달록한 것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자기 때문에 꼬마가 다친 것 같아서 걸음을 돌렸다.


"미안! 잘 있어!"


누렁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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