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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야의 시(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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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야 2017. 10. 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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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10. 16. 월. 12:36. 제목-일상 (자유시) 


 바람이 조금 있었다. 

 날씨는 차가워진 듯 했고 

 나는 작년에 입던 목폴라를 꺼내 입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마음에 빈자리가 남아있지 않은 건가. 

 채워줄 마음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좋은 물이 들어야 할 텐데 

 자꾸만 나쁜 물이 들이친다. 

 그것을 거부하려 마음을 닫아둔 것인가.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미 들어왔던 나쁜 물들을 

 치우고 솎아내고 걸러내고 게워내며 

 한밤동안 뒤척였던 난장 속에서 

 부스스 일어난 아침 기억을 잃어버린 채 

 좋은 물을 그리워하고 찾으며 

 발을 힘차게 뻗어낸다. 


 책을 읽었다.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려 

 빽빽이 꽂혀있는 도서관 책장에서 

 이리저리 조금 헤메이다 

 낡고 얇은 시집한권 빼내어서 가슴에 담았다. 

 그리곤 앉아 마음을 적는다. 


 미움이 녹아내린다. 

 새까맣게 타버린 팬 바닥을 한 올 한 올 벗겨내듯이 

 그다지 반항스럽지 않는 몸놀림으로 

 한자 한자 적어가며 

 조용하게 분노를 외쳐대니 

 봄눈이 녹듯이 그렇게 

 서서히 서서히 미움이 벗겨진다. 


 단풍이 드는 계절이다. 

 얼마 후에는 등산복을 멋지게 차려입고서 

 시원하고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아무리 올려 봐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그 푸르고 찬란한 가을 하늘을 닮아보려 

 낙엽이 떨어져 내렸고 

 조그만 돌멩이들이 아기자기 놓여있는 

 오솔길을 따라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장관을 보여주는 산꼭대기에서 

 천작의 운해를 바라보련다. 


 소슬한 바람이 귓가를 스쳐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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