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효천지구 (6)
맘야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2017. 06. 11. 일. 16:25. 제목-의자 생각 (자유시, 제8회 김만중문학상 응모) 뜨거운 오후에 태양을 뒤로하고 선선한 바람이 시간을 앞서갈 때 닳고 닳아 빛바랬던 나무의자에 앉았다. 수년 묵은 의자는 얼마 전 색을 입혀 상처 난 곳 치유하여 새것처럼 빛내며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을 맞는구나. 햇빛과 비바람에 많은 세월 맡겼어도 내면으로 응축된 다져진 에너지는 한올한올 벗겨짐이 무수한 시간이겠다. 씨앗 돋아 싹을 틔우고 세상에 태어나서 햇빛 받고 물마시며 하늘 향해 자라다가 인연의 쓰임으로 의자 되어 봉사하니 사시사철 깨어질까 걱정하는 사람 있고 벗겨지면 입혀주고 때 묻으면 닦아주는 선행의 도(道) 이치 따라 보살핌을 받는구나. 여기에서 앉아 쉰 이 그 수가 몇이고 지나는 사람들은 교감되어 ..
2017. 06. 09. 금. 11:03. 제목-작은 여행 (자유시, 제8회 김만중문학상 응모) 놀이터 중앙에서 허공을 왔다갔다 참새마냥 종종걸음 오리 따라 아장아장 선생님 노래 맞춰 항해하는 아이들 손 높이 번쩍 들고 길 건너는 연습 속에 다가올 좋은 세상 곱게 만들어 입히려 지긋이 바라보는 하늘이치 담겨있구나. 오늘은 여기에서 몇 수 적을까 앉았는데 마실 나온 어르신 에헴 하며 앉기에 두수적은 보람 있어 일어나서 길을 간다. 마트에서 나온 아재 봉지가득 두 손 들고 무엇을 하려하나 입가에 미소 있으니 오토바이 길 건널 때 아지매가 반겨주고 젖먹이와 두 살배기 데려나온 엄마는 앉아 놀며 방긋 웃고 나뭇잎이 궁금한 듯 한손 뻗어 쥐려하는 아이보고 찌찌 하네. 새 두 마리 그늘 찾아 나무아래 먹이 찾고 월..
2017. 10. 22. 일. 17:37. 제목-평범한 행복 (정형시) 마음이 편했었던 그리운 시간이여 기억을 더듬으니 충만함이 있었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 자취로 남았구나. 거울을 바라볼 때 감정이 교차한다. 걸어온 길 묻어난 생각의 산물인가 낯빛은 마음을 비춰 빛과 어둠 답한다. 반쪽의 허전함을 무엇이 채울 건가 마음을 빼고 나면 초췌함만 남으니 인생이 충만하도록 사랑을 나눠야지. 아이들 웃는 소리 마음을 달래구나. 참사랑의 결실로 강림하신 천사여. 세상이 맑아지도록 은총이 가득하다. 뒤늦게 깨달았던 행복이오는 방법 부모로 살아가고 사랑을 베푸는 것 단순함 이치 속에서 만상(萬象)이 헤아려진다.
2017. 10. 25. 수. 16:15. 제목-가을 중에서 (정형시) 초가을 산들바람 나뭇잎을 흔든다. 하늘사이 내려온 늦태양은 꿍짝쿵 바람이 이끄는 소리 화답하듯 맞추는구나. 맑게 개인 하늘과 색 바꾸는 나무들 가을세상 어느새 무대를 만들었다. 종달새 바람을 타고 기쁨을 연주한다. 창밖에 비추어진 청초한 오후한때 옷깃을 여미면서 길 재촉한 사람들 계절이 익어가는 시간 긴 여운을 달래본다. 가슴이 벅차올라 책을 들고 나섰다. 귓가에 남아있는 장엄한 리듬이여 올려본 가을하늘은 지휘봉을 흔든다. 산책길 가장자리 키다리 코스모스 계절을 만끽하며 내년을 기약할까 살며시 씨앗을 떼어 흙 위에 뿌려주었다. 찌던 지난여름 부지런히 일했구나. 추수(秋收)를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하다. 이제는 여가를 즐겨 천고마비 이룬..
2017. 10. 13. 금. 18:05. 제목-화이트 초콜릿 (자유시) 태양이 빨리 지기 시작하는 가을입니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 거리를 적셔주네요. 네온은 태양을 대신 하려는 듯 반짝거리고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며 사람들 사이로 차가움을 나릅니다. 옷깃을 세우고 몸을 비비대며 뛰는 아이들. 검회색 보도블록위로 사랑이 피어오르게 하네요. 짙은 색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씩 내려올 때 푹신한 소파에 앉아 넓은 유리창 밖 무음 영화를 봅니다. 귓가로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서 본 세상의 풍경은 어느새 따뜻한 화이트 초콜릿이 되었군요. 한 모금 마시니 나른했던 몸이 환하게 깨어납니다. 창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느껴봅니다. 입술로 전해지는 정겨운 숨결 따라서 추억이 하나둘씩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 ..
2017. 10. 16. 월. 12:36. 제목-일상 (자유시) 바람이 조금 있었다. 날씨는 차가워진 듯 했고 나는 작년에 입던 목폴라를 꺼내 입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마음에 빈자리가 남아있지 않은 건가. 채워줄 마음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좋은 물이 들어야 할 텐데 자꾸만 나쁜 물이 들이친다. 그것을 거부하려 마음을 닫아둔 것인가.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미 들어왔던 나쁜 물들을 치우고 솎아내고 걸러내고 게워내며 한밤동안 뒤척였던 난장 속에서 부스스 일어난 아침 기억을 잃어버린 채 좋은 물을 그리워하고 찾으며 발을 힘차게 뻗어낸다. 책을 읽었다.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려 빽빽이 꽂혀있는 도서관 책장에서 이리저리 조금 헤메이다 낡고 얇은 시집한권 빼내어서 가슴에 담았다. 그리곤 앉아 마음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