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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야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오늘은 왠지 이른 점심을 먹고 외출 준비를 했다. 택배도 두박스 찾을 겸 주변 산책을 잠깐 하려고 한다. 5천원짜리 구루마가 참 멋지지 않은가? ㅎㅎ 오래도 썼다. 한 3년 쯤... 집에서 나설때 기온이 섭씨 21도 였는데 막상 나와보니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정도이다. 반팔 차림으로 나오려다가 가디건 한장 걸치고 나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주위를 둘러보면 나뭇잎도 파릇파릇하고 봄이 왔다는 소식이 많다. 구루마를 경비실에 맡겨 놓고 산책을 가는데 오늘은 꼭 들러 볼 곳이 있어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향하고 있다. 길 건너 하얗게 빛나는 나무가 있다. 나무 이름 궁금해졌다. 이팝나무 라고 한다. 교회에서 여성에게 최초로 선물한 나무 이름이라니... 꽃말처럼 화려..
2017. 06. 11. 일. 16:25. 제목-의자 생각 (자유시, 제8회 김만중문학상 응모) 뜨거운 오후에 태양을 뒤로하고 선선한 바람이 시간을 앞서갈 때 닳고 닳아 빛바랬던 나무의자에 앉았다. 수년 묵은 의자는 얼마 전 색을 입혀 상처 난 곳 치유하여 새것처럼 빛내며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을 맞는구나. 햇빛과 비바람에 많은 세월 맡겼어도 내면으로 응축된 다져진 에너지는 한올한올 벗겨짐이 무수한 시간이겠다. 씨앗 돋아 싹을 틔우고 세상에 태어나서 햇빛 받고 물마시며 하늘 향해 자라다가 인연의 쓰임으로 의자 되어 봉사하니 사시사철 깨어질까 걱정하는 사람 있고 벗겨지면 입혀주고 때 묻으면 닦아주는 선행의 도(道) 이치 따라 보살핌을 받는구나. 여기에서 앉아 쉰 이 그 수가 몇이고 지나는 사람들은 교감되어 ..
2017. 06. 07. 수. 09:37. 제목-비온 뒤 유월의 산책 (자유시, 2017 문학동네 신인상 응모) 아침시간 저 걸음에 자식생각 담겨있고 부둥켜안긴 젖먹이 따스한 엄마품속 심장고동 들려와 안정하니 행복하다. 도로 위 반짝이는 만국 상징 깃발들은 뛰어놀아 소리치는 아이함성 응원하고 넘어질까 근심걱정 부모생각 뒤따른다. 하늘 젖어 구름 많고 산도 따라 연기 뿜어 동산초목 속속들이 대지이룬 티끌마다 세상이 한가득 생명수를 품었구나. 잔잔한 음악소리 생기 머금은 대기타고 길을 가던 나그네와 앉아 쉬는 나무들에 지긋이 마음 돋아 용기를 불어준다. 유월의 따뜻함과 조화이룬 하늘분수 생명의 보금자리 어루만져 낫게 하고 만물을 소생케 신성함을 채워주누나. 대나무 옹기종기 사이좋게 솟아나고 버드나무 흔들흔들..
2017. 10. 16. 월. 12:36. 제목-일상 (자유시) 바람이 조금 있었다. 날씨는 차가워진 듯 했고 나는 작년에 입던 목폴라를 꺼내 입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마음에 빈자리가 남아있지 않은 건가. 채워줄 마음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좋은 물이 들어야 할 텐데 자꾸만 나쁜 물이 들이친다. 그것을 거부하려 마음을 닫아둔 것인가.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미 들어왔던 나쁜 물들을 치우고 솎아내고 걸러내고 게워내며 한밤동안 뒤척였던 난장 속에서 부스스 일어난 아침 기억을 잃어버린 채 좋은 물을 그리워하고 찾으며 발을 힘차게 뻗어낸다. 책을 읽었다.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려 빽빽이 꽂혀있는 도서관 책장에서 이리저리 조금 헤메이다 낡고 얇은 시집한권 빼내어서 가슴에 담았다. 그리곤 앉아 마음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