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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야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그대에게 (2017. 07. 21. 금. 16:19. 제21회 심훈 문학상 (계간ASIA신인상) 응모. 수정됨) 풀잎 위로 잔잔하게 날아오른 수줍은 잠자리 한마리가 있습니다. 무엇을 찾는 걸까요? 한참 동안을 머무릅니다. 짝을 찾아서 헤매는 가늘고 가녀린 몸짓이련가요? 그 애달픈 마음 알고서 바람은 잔잔하게도 불어오는군요. 가냘프고 아름다운 날갯짓 도우려고 말입니다. 홍조 띤 아련한 표정 짓고 서있는 바람의 얼굴이 스쳐지는 순간입니다. 저기 곳곳 저렇게나 많이 노래하고 춤추는데 어인일로 눈에 띤 잠자리 한 마리는 홀로 날아서 외로워 보일까요? 얄궂은 세월이 그대를 그 모습으로 허락했나 봅니다. 가볍게 날아오르다가 세차게도 휘젓는 이를 보세요. 저 날갯짓에는 아팠던 상처 하나라도 없을까요? 바람에 꺾이고 ..
2017. 10. 16. 월. 12:36. 제목-일상 (자유시) 바람이 조금 있었다. 날씨는 차가워진 듯 했고 나는 작년에 입던 목폴라를 꺼내 입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마음에 빈자리가 남아있지 않은 건가. 채워줄 마음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좋은 물이 들어야 할 텐데 자꾸만 나쁜 물이 들이친다. 그것을 거부하려 마음을 닫아둔 것인가.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미 들어왔던 나쁜 물들을 치우고 솎아내고 걸러내고 게워내며 한밤동안 뒤척였던 난장 속에서 부스스 일어난 아침 기억을 잃어버린 채 좋은 물을 그리워하고 찾으며 발을 힘차게 뻗어낸다. 책을 읽었다.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려 빽빽이 꽂혀있는 도서관 책장에서 이리저리 조금 헤메이다 낡고 얇은 시집한권 빼내어서 가슴에 담았다. 그리곤 앉아 마음을 적는다..